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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칼럼] [종사상] 국학의 범위
관리자 2019-11-14 15: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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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로서 국학의 범위는 그 국가의 시․공을 어우르는 모든 학문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순수한 국학은 인문학의 토대이면서 응용학문의 정신적 배반(胚盤)이 되는 문(文)․사(史)․철(哲)이 중심이 된다. 문․사․철은 고전학의 근본인 동시에, 인간의 정신가치와 가장 밀접하다는 것과, 전근대 사회까지 동북아에 국학으로 통념화되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무제 당시의 유학자 동중서(董仲舒 B.C 179-104)의 건의에 따라, 일찍이 유교를 국학으로 채택한 바 있다. 근대 중국의 후즈(胡適)는 국학을 국고학(國故學)의 약어라고 전제하고 중국의 모든 과거의 문화․역사는 중국의 ‘고유문화(國故)’로, 이러한 모든 과거의 역사․문화를 연구하는 것이 국고학(國故學)이며, 생략해서 국학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19세기 서양문화가 중국으로 밀려들 때, 당시 중국 사람들은 서양과 중국의 문화를 서로 대비하여 서학(西學)․중학(中學)이라 부르거나, 혹은 신학(新學)․구학(舊學)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이것은 중국의 국학이라는 용어가 유교 혹은 중국고유의 인문학적 배경 아래서 생겨난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근대 중국 국학의 학술관(學術觀)에서도 제자학(諸子學) 중심의 종교철학과 소학(小學)이라 칭해 왔던 언어문자학, 그리고 모든 학문의 중심으로 이해했던 역사를 국학의 중심으로 삼고자 했던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또한 현재 중국 인민대학의 펑치융(憑其庸) 국학원 원장이 국학원 졸업생들에게 문․사․철에 능통할 것을 전제로 개인적 특기를 겸비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도,(『人民日報』한국발행처, www.einmin.com) 중국 국학의 범위 역시 문․사․철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일본의 국학 또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만의 문화적․역사적 유산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써 18세기 국학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일본 국학의 집대성자인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는 『코지키(古事記)』가 일본만의 독특한 ‘고도(古道)’ 즉 신대(神代)에 예시된 자연 그대로의 유토피아적 선(善)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후에 불교와 유교의 영향으로 더렵혀졌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일본의 국학 역시, 일본고유의 신도(神道)와 함께 그들의 문학적․역사적 전통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짐을 암시하는 것인데, 케이추(契沖)가 『만엽집대장기(萬葉集代匠記)』를 통해 국학의 발단을 마련한 이래 『만요슈(萬葉集)』『코지키(古事記)』『니혼쇼키(日本書紀)』등 문학․역사서를 통해 일본 고유의 신도정신(神道精神)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일본 국학자들의 대부분이었음이 이를 반증한다고 하겠다.
특히 명치 이후의 일본 국학은 국학원대학의 개설과 함께 국사․국어학․국문학․신도학․고고학의 교육연구가 국학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되었으며, 학문으로서의 성격을 표방하면서도 동시에 정치적․사회적 그리고 종교적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함께 진행시켰다는 점이 주목된다. 
물론 국학의 범위를 중국이나 일본 것을 무조건 답습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학이란 국가를 지탱하는 보편적 근본학이라는 점을 전제로, 응용학문 이전의 순수기초학문, 즉 국어․국사․철학을 중심으로 한 학문으로 이해해 보자는 것이다. 이것은 그 집단의 말․글․얼․삶의 토대가 되는 학문으로, 인간 사고의 원형이 되는 학문인 동시에 집단을 지탱하는 원리․공식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기초학문을 전제로 한 응용학문은 가능하지만 응용학문을 전제로 한 기초학문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것도, 이와 같은 논리에서 공감하게 된다. 
또한 인문과학은 사고의 학문으로 전환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과, 우리 학문의 국제적 위상과 세계사적 사명에 대한 자각을 뚜렷하게 하고, 보편적인 의의를 찾는 이론의 일단을 그 속에는 이미 이루고 있으며, 경험을 나누고 성과를 확대할 수 있는 학문이 바로 인문과학이라는 주장에서도, 문․사․철을 중심으로 한 국학의 범위 설정이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주변에서는 국학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이해하자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다양화․다지화(多枝化)된 지금의 학문구조 속에서 구태여 문․사․철을 고집한다는 자체가 국학의 자폐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염려도 해 볼만 하다. 그러나 인문과학은 사고의 학문으로써 전환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중심에 문․사․철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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