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학문이란 진리추구의 효율적 방편이요 문명진화의 생산적 장치입니다. 학문이 없이는 진리의 열매를 영글게 할 수 없고 학문을 외면하고는 문명진화의 법칙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학문 역시 우리 한민족의 가치구현과 문명진화에 중요한견인차가 되는 것으로, 국학의 필요성도 이러한 인식 위에서 대두된다 하겠습니다. 까닭에 국학이란 우리의 중심과 외향을 균형잡아주는 학문으로써, 사상적 정체성과 공간적 차별성 그리고 시간적 연속성을 토대로, 우리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개방적 학풍을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누천년에 이르는 유구한 역사와, 홍익인간을 통한 현묘지도(玄妙之道)의 철학적 전통, 그리고 인류 문화의 자산이라 할 한글창제는, 우리 국학의 중요한 근간이요 고귀한 자취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국학적 토대 위에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지켜 왔음은 물론, 외래문화와의 발전적 습합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외래학풍의 지나친 유행 속에서 우리의 학풍을 소홀히 하고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역사가 있어도 근원을 밝히지 못하고 철학이 있어도 살아있는 가치로 승화시키지못했습니다. 또한 언어가 있어도 그 고귀함을 자각치 못함으로써, '우리의 잃어 버린 학문적 현실'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세계는 국경과 민족을 넘어 지역적 통합이라는 당위적 명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학문 또한 보편적 진리 구현이라는 구실 아래, 중심 없는 개방 일변도로 치달아온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구심이 없는 원심활동이 급기야 무의미한 운동으로 전락함과 마찬가지로, '나'를 외면한 '우리'만의 지향은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학문 역시 나를 올바로 세우는 학풍을 외면하고서는 우리로 만날 수 있는 학풍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즉 국학의 올바른 정립 없이는 진정한 세계학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세계학을 이루기 위해 국학의 연구를 체계화하고자 합니다. 특히 국학의 뿌리이자 줄기며 열매라 할 수 있는 역사와 철학, 그리고 언어의 궁구(窮究)를 위해 연구의 심층적 행보를 내딛을 것입니다.

나의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고는 세계사의 흐름을 정관(正觀)할 수 없고, 나의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세계사의 무대에서 주인행세를 못하며, 나의 언어를 올바로 가꾸지 못한다면 세계화의 조류에서 생각 없는 앵무새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자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단법인 국학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