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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일 2006-12-14 오후 6:12:42 조 회 수 1842
제 목 무가에서 들리는 하느님/최윤수
내 용
이능화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무속은 단군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속은 삼국시대까지 국가적으로 하늘에 제사지내는 일을 담당하면서 국가적인 종교의 지위를 차지하였다. 신라의 차차웅도 제정일치 시대의 신권과 왕권을 동시에 가진 왕의 이름이라 해석되고 있다. 불교나 유교 등의 사상이 유입되는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그 세력은 약화되었지만 무속은 국가적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국무(國巫)가 있어 궁중에도 무당들이 출입하였고 비가 안 오면 전국의 무당들을 불러모아 나라에서 하늘에 기우제를 지냈다. 무속의 천신 숭배는 하느님 숭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인 규모의 엄숙한 행사가 되는 하느님께 대한 제사는 하느님 신앙의 세련화와 고등종교화에 기여했을 것이다.
식자층에서는 이치나 법에 의한 질서의 세계를 믿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평민 사회에서는 무속 신앙이 그들의 어려움이나 고난에 대한 정신적인 위안처가 되었다. 농촌사회가 산업사회로 되기 전까지 무속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었다. 나라는 일종의 교구와 같이 나뉘었고 각 교구는 하나의 담당 무당이 맡아 치병과 기복 등의 종교 행위를 해왔다. 병들었을 때 귀신이 들렸다고 굿하고 나무나 돌에 절하는 등의 미신도 성행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보통사람들은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는 무당을 찾아가 상담하고 정신적인 위안이나 안정을 얻었던 것이다.
무당에는 강신무와 세습무의 두 종류가 있다. 북부 지방에서는 신이 내려 영험한 능력을 보유하는 강신무가 주류를 이룬다. 중부 지방이나 남부 지방에서는 세습무인 단골이 500 호에서 1000 호씩 나누어 기복과 굿을 하는 단골판으로 나누어진다. 각 단골판에 속한 주민들은 봄가을로 보리와 쌀을 서너 되씩 단골에게 헌납했다. 단골판은 세습 또는 전수되고 매매도 가능하며 굿이 불가능할 경우 전세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무당 계급은 내세와 신을 믿으며 신을 두려워하고 그 몸과 영혼을 깨끗하게 보전하고자 노력한 사제계급이었다. 그들이 믿는 신들은 크게 네 계급으로 분류된다. 최고신으로써 천신 즉 하느님이 있고 그 다음으로 상층신들인 일월성신, 제석신, 칠성신 등이 있으며 중층신들인 산신, 용왕신, 지신 등이 있다. 하층신들은 걸립신, 하졸, 잡귀들이 있다. 이로부터 우리는 평민들이 무당들을 의지하면서 기도할 때 최고의 신인 하느님을 믿게 되고 기복할 때 다른 신들도 찾겠지만 최후로는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찾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무당들이 굿할 때 부르는 무가(巫歌)의 몇 곳에서 하느님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기복적인 내용이고 하느님이 모든 것을 아는 능력이 있음을 묘사하는 구절도 있다. 군웅굿의 노정기에 보면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당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여 하느님께 비는 모습이 묘사된다.

한 곳에 당도하니
풍랑이 대작하여 바람 불고 파도쳐 배머리 빙빙돌아 부딪칠 재
돛대는 능끗능청 어룡이 싸안은 듯 잠든 용이 뒤엎는 듯
창해가 요란하며 안개 자욱하니 천지분별할 수 없더라
이때 도사공 황급하여 우루룩 뛰어나가 배머리 주저앉아
두 손 합장 무릎꿇고 하나임께 비는구나
아이고 하나임 명천하신 하난임은 굽어살펴 주옵소서

또 다른 무가에서도 지성을 다하면 하느님이 도와주신다고 하는 구절이 있고

옛말에 하였으되 정성이 지극하면 지성이 감천이라더니
하나임이 도와주시니 어이 아니 좋을손가

회심곡에는 병들어 명산대천을 찾아 하느님께 기도하는 모습이 있다.

재미쌀 실고 실어 명산대천 찾아가서
상탕에 뫼를 짓고 중탕에 목욕하고 하탕에 수족씻고
향로향합 불피우고 소지삼장 드린 후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칠성님전 발언하고 ...

필사본 무가집 중 태백무가 세존풀이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아기를 못나 걱정하다가 태을선관의 아기를 점지하는 꿈을 꾼 후 하는 말이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더니
하나님이 우리 내외를 불상이 생각하시도다 ...

필사본 무가집 중 바리공주에는 사람의 행동과 마음을 아는 하느님의 능력을 말하는 구절이 있다.

그러면 내가 하나님께 아뢰어서 알음이 있으면 모르려니와
그렇지 않으면 너희가 나한테 음침한 마음먹고 하는 짓이 아닌가 ...

위의 무가들은 발음 나는 대로 취입한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발음이 하나님, 하나임, 하난임 등으로 표기된다. 표준어 하느님의 원래 발음은 하나님에 가까워 지금까지 전승되어 오는 무가에는 모두 하나님으로 기록된 것이다. 이것은 앞 절의 시조와 가사에서도 하님으로 기록되어 있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기복신앙이 매우 발달하였다. 하느님이나 천지신명에게 정화수를 떠놓고 소원하는 바를 이루어달라고 정성스럽게 비는 풍습이 있고 치병이나 기복을 위해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요즘에도 교회나 절에 가서 입시 기도나 취업 기도 등의 각종 기도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복 신앙은 주로 무속이 담당해왔다. 유교는 현세적이며 이치에 의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복을 하는 무속이나 불교를 배척하였다. 불교는 우리나라에 건너와 토착화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신앙 형태를 흡수하면서 산신이나 용왕, 칠성 등의 신들을 모시고 기복을 일부분 담당해왔다. 그러다가 해방 후 정화운동에 의해 이러한 신들에 대한 경배가 절에서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근래까지 종교적인 기복을 담당해오던 무속은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기독교 등의 유입과 불교의 번창에 의해 쇠락하고 있어서 기독교가 기복을 많은 부분 담당하게 되었다.
기복은 중요한 종교행위 중의 하나이다. 보다 평안하고 복있는 생활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원하는 바이며 기복은 사람이 있는 곳에는 항상 존재한다. 사람이 고통을 당할 때나 어려울 때는 본능적으로 어버이를 찾거나 끝없는 사랑으로 자기를 보살펴주는 하느님에게 의지하고자 한다. 기복은 기복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방법과 합리적인 노력에 의한 현실적인 이득을 얻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하며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준다. 바쁜 세상에 사는 사람들도 기복하는 동안이라도 거짓을 버리며 마음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대로 일이 성사되라고 기도한다.
기복은 하느님을 중심으로 해야한다. 부수적으로 그 이하의 신들에게 복을 빌 수도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하느님이 있어야 사사로운 이득을 위한 기도에서 벗어나 공명정대한 일을 하기 위해 기도를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복이 자기에게 굴러오도록 기도해서도 안 된다. 기도를 하면서 하는 일에 대해 정성을 다해 노력해야 됨은 당연한 것이다. 진실한 복은 타고난 참 성품에 맞게 착한 마음을 가지고 착한 행실을 할 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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